(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정부가 리모델링 사업에서 필로티를 수직증축으로 해석하면서 이미 인허가를 받은 리모델링 사업장들까지 해당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른 설계 변경 과정에서는 일부 설계업체가 과도한 추가 비용을 요구하면서 집단 분쟁 조짐을 보인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기존에 건축심의를 통과했던 서울 구로구 '신도림우성 2차 아파트' 조합은 지난 2월 설계변경 설명회를 개최하고, 재차 건축심의 접수를 준비 중이다.
법제처는 2023년 당초 수평증축으로 간주하던 '필로티 구조'가 수직증축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서울시 또한 필로티를 동반한 증축이 '1·2차 안전성 검토'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 조합설립인가 여부와 상관없이 안전성 검토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조합에 전달했다.
안전진단 결과 C등급 이하를 받은 사업장은 수평증축만 허용된다. 이에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일부 단지들은 필로티 구조를 포기하고, 이를 제외한 설계안으로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미 건축심의를 통과하고, 사업계획 승인을 앞두고 있던 단지들도 설계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일부 조합들은 변경된 조건에 맞춰 설계안을 수정하고 건축심의를 재차 통과했지만, 이 과정에서 1년 이상 사업이 지체됐다. 설계안 변경에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모됐다는 후문이다.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인허가절차를 다시 통과하는 데만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고 토로했다.
일부 조합은 설계 변경 과정에서 설계사무소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한 설계 사무소는 기존 용역비(7억 원)의 70% 수준인 4억 9000만 원을 추가로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조합과 업체 간의 논쟁이 계속됐다.
실제 '신도림우성 5차 아파트'는 기존 설계사무소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업체와의 계약을 추진 중이다.
조합들은 서울시의 '사전자문 제도' 도입에도 불만을 토로한다. 리모델링은 조합설립인가, 안전진단, 건축심의, 사업계획승인, 이주 및 착공 등의 순으로 진행되는데 서울시가 건축심의 이전에 추가로 사전자문을 받도록 규정해 오히려 절차가 까다로워졌다고 지적한다.
리모델링 사업 주체들은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에 적극 나서지만, 리모델링은 여전히 지원책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리모델링 또한 재건축처럼 사업을 빠르게 추진할 수 있는 방법들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