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구경진 기자 = 이른 새벽. 장거리 드론 한 대가 지면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 꽂힙니다. 곧이어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며 수십 미터 높이까지 불길이 치솟습니다.

27일부터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은 3일에 걸쳐 러시아 주요 도시를 정조준한 드론 공세를 펼쳤습니다. 이번 공습에는 전면전 이후 단일 작전으로는 최대 규모인 300대에 이르는 드론이 투입됐는데요. 우크라이나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모스크바가 이와 같은 대규모 공격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입니다.

가장 먼저 28일 새벽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드론이 모스크바 인근의 순항미사일 생산 시설을 타격했습니다. 타깃은 모스크바에서 130km 떨어진 러시아 방산 시설 ‘라두가(Raduga) 설계국’으로 이곳은 러시아 미사일 개발의 핵심 기지로 꼽히는 곳인데요. 모스크바의 촘촘한 방공망을 뚫고 우크라이나 드론은 성공적으로 진입해 공장 내 조립소와 장비 작업장을 정확히 타격했습니다.

러시아 전술미사일공사 소속 라두가 설계국은 공대공, 공대지, 지대지 미사일을 포함해 다양한 전략 무기를 생산하는 곳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표적인 생산 무기로는 Kh-101, Kh-69, Kh-59 순항미사일 등이 있죠.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군수산업의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작전을 지속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군수 산업 인프라를 겨냥한 드론 제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기록적인 드론 공세에 모스크바 공항들은 일시적으로 폐쇄되며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이튿날인 29일에도 우크라이나군의 공습은 계속됐습니다.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도시 상공에 검은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습니다. 건물 중심부에서 타오른 불길로 도시 일대에는 자욱한 연기로 뒤덮였는데요.화재가 발생한 곳은 러시아 국방산업의 전략 거점 중 하나인 ‘아방가르드(Avangard) 공장’으로 이곳은 군사 시스템에 필요한 전자기기, 마이크로칩, 군사 장비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현지 언론은 마이크로칩 생산 구역에서 불길이 시작됐다고 보도했으며 목격자들은 화재 직전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은 모스크바의 주거 단지도 예외 없이 강타했습니다. 한밤중 윙윙 거리는 소음과 함께 귀를 때리는 폭발음이 이어집니다. 순식간에 주위가 환해지고 주차된 차량들의 경보음이 일제히 요란하게 울립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총 296대의 우크라이나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는데요.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이번 공습은 규모 면에서 이례적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공세는 러시아가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드론과 미사일 약 1천기를 퍼부은 대규모 공습 이후에 벌어진 대응 차원으로 보이는데요.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SNS에 푸틴 대통령이 “완전히 미쳤다”, “내가 아니었다면 러시아에 정말 나쁜 일이 벌어졌을 거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불장난을 하고 있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죠.

이에 대해 푸틴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강하게 맞받아쳤습니다. 메드베데프는 SNS에 “내가 아는 정말로 나쁜 일은 제3차 세계대전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점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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